6부. 그 남자들이 돌아온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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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그 남자들이 돌아온 자리

— 귀환, 그리고 남은 삶에 대하여 —

마지막 맥주 한잔을 뒤로 하고 어둠이 깔린 공항으로 간다.
담배 한 모금에 깊은 숨을 쉬며 지난 몇 일을 회상하며 시계를 처다본다.
이코너미 좁은 의자에 몸을 의지하고 잠시 눈을 감는다..

월요일 오전 여섯 시 삼십 분, 인천공항 1터미널 입국장.

자동문이 열리고 캐리어를 끄는 50대 남자가 나온다. 

얼굴에는 3박 4일의 흔적이 남아 있다. 살짝 그을린 피부, 약간 부은 눈, 

그러나 이상하게 가라앉은 표정. 공항 문을 나서는 순간, 그 남자의 얼굴은 빠르게 평소의 것으로 돌아온다. 

리무진 버스 안에서 이미 업무 메일을 확인하고 있다.

오늘 회의 주제에 대한 아젠다를 채크 하며 필리핀은 없었던 일이 된다.




귀환이 가르쳐주는 것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귀환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남자들의 귀환은 단순한 물리적 복귀가 아니다. 

그것은 벗어났던 역할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일이다. 


아버지로, 남편으로, 부장으로. 잠깐 내려놓았던 그 무게를 다시 어깨에 얹는 순간.

신기한 것은, 그 무게가 때로는 안도감을 준다는 점이다. 

역할이 있다는 것은 아직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집에 들어서면 아내가 있고, 냉장고에 밥이 있고, 내일 아침 출근할 직장이 있다. 

필리핀의 밤이 아무리 강렬했어도, 결국 이 일상이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안다.


그 아이러니를 이 남자들은 조용히 삼킨다.




달라지는 것, 달라지지 않는 것


솔직하게 말하면, 필리핀의 밤은 이 남자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


돌아온 거실은 여전히 조용하고, 아내는 여전히 자신의 화면을 보고, 

직장의 압박은 여전히 유효하고, 단체 카톡방은 여전히 이모티콘만 오간다. 

탈출은 탈출로 끝난다. 출발하기 전과 돌아온 후 사이에,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을 우리 모든 남자들도 안다.

알면서도 간다. 돌아와서 또 버틴다. 그리고 몇 달 뒤, 

다시 항공권을 검색한다. 

그 반복 속에서 삶이 흘러간다.


이것이 탈출인지, 도피인지, 아니면 그냥 살아남기 위한 방식인지를, 

나는 단정 짓지 않으려 한다.




처방 대신 질문을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나는 처방을 내리고 싶지 않다.

\'50대 남성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 \'이런 문제를 이렇게 해결하라\'는 결론을 쓰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다. 

취미를 만들어라, 부부 대화를 늘려라, 친구에게 먼저 연락해라, 심리 상담을 받아라.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조언들이 30년의 구조 속에서 형성된 이 남자들의 삶에 

얼마나 쉽게 적용될 수 있는지 를 생각하면, 쉽게 입에 올릴 수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른 쪽에 있다.




이 시리즈가 하고 싶었던 말


6부에 걸쳐 이야기한 것들을 돌아보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우리 사회는 50대 남성에게 무엇을 허락해왔는가?\"


역할은 부여했다. 부양하라, 책임져라, 강해라, 버텨라. 

그러나 그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소모된 것들을 회복할 공간은 주지 않았다. 

감정을 표현할 출구도, 취약함을 드러낼 관계도, 역할 밖의 자신을 탐색할 시간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 결핍이 수십 년 동안 쌓인 결과가, 금요일 밤 인천공항 출국장의 그 풍경이다. 

그것이 옳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이 예정된 귀결이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누군가는 그 남자의 아내일 수 있다. 

자녀일 수 있다. 직장 동료일 수 있다. 혹은 스스로가 그 남자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남기고 싶다.


당신 곁에 있는 그 사람은 지금 어디서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도록, 우리는 무언가를 하고 있는가.


비행기는 매주 마닐라,세부로 날아간다. 그리고 매주 월요일 아침, 

그 남자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얼굴로 돌아온다. 그 반복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른다. 

다만 그 반복을 멈추게 하는 것이 도덕적 비난이 아니라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


탓하지 말고, 외면하지도 말고. 그냥 한번, 진짜로 바라봐 주는 것. 어쩌면 그것이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 남자들은 왜 거기로 떠나는가」 — 完


어찌하다보니 6부작 이 되어버렸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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