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그 밤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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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그 밤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

— 우리가 보지 않으려 했던 얼굴 —

이 편은 쓰는 데 가장 오래 걸렸다.

4편에 걸쳐 50대 한국 남성의 결핍과 고독을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들은 사실이고, 그 맥락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 시리즈를 여기서 끝내버리면, 나는 절반만 본 사람이 된다. 

왜냐하면 그 남자들의 밤 반대편에는, 우리가 의도적으로 외면해온 또 다른 얼굴들이 있기 때문이다.


세부의 어느 바에서


제시카는 22살이다.

세부 남쪽의 작은 섬 출신으로, 중학교를 마친 뒤 마닐라로 올라왔다가 

지금은 세부의 관광지 근처에서 일하고 있다. 

고향에는 부모님과 동생 셋이 있다. 그녀가 매달 보내는 돈으로 동생 중 하나가 학교를 다닌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다른 방법을 먼저 찾아봤다. 

카페, 식당, 호텔 프런트. 월급은 이 일의 절반도 안 됐다. 

가족을 생각하면 선택지가 좁아졌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제싴카의 이야기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필리핀 밤 경제에서 일하는 여성들 중 상당수가 비슷한 경로를 밟는다. 

가난한 지방 출신, 부양해야 할 가족, 좁은 선택지. 구조가 먼저 있었고, 선택은 그 구조 안에서 이루어졌다.




\'선택\'이라는 단어의 무게


이 이야기를 꺼내면 자주 듣는 반응이 있다.

\"그래도 본인이 선택한 거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다. 강제로 끌려온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선택이다. 

그러나 그 선택이 어떤 조건 위에서 이루어진 것 인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선택지가 세 가지인 사람과 선택지가 서른 가지인 사람의 \'선택\'은 같은 무게를 가지지 않는다. 

교육 기회가 제한되고, 괜찮은 일자리가 없고, 가족 부양의 압박이 있는 환경에서 만들어진 선택을, 

완전한 자유 의지의 결과물로 보는 것은 너무 편리한 해석이다.


그 편리한 해석이 소비하는 쪽의 마음을 얼마나 가볍게 해주는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감정노동이라는 이름의 무게


이 공간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수행하는 것은 신체적인 것만이 아니다.

웃어야 하고, 관심 있는 척해야 하고, 재미있는 척해야 하고, 좋은 척해야 한다. 

언어도 통하지 않는 외국 남자 앞에서 24시간 그 퍼포먼스를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이 일의 본질적인 노동이다.


한국 중년 남자들이 필리핀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환대\'는, 

그 여성들의 숙련된 감정노동 위에서 만들어진다. 

간혹 와 내가 나이가 50중반인데, 50후반인데 난 아직 죽지 않았어!! 하며

로맨스에 설레이는 남자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보자. 그럼 아주 간단하게 지금 당신처럼 고개를 그덕이게 된다.

그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그 편안함의 의미가 달리 보인다.




착취인가, 공생인가라는 질문의 함정


이 주제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이분법이 있다. 

착취인가, 공생인가. 피해자인가, 행위자 인가.

그런데 현실은 그 이분법보다 훨씬 복잡하다.

정말 리얼로 진심 어린 관계가 생기는 경우도 있고,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며 상호 존중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관계를 착취라는 단일 코드로 읽는 것은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복잡성이, 구조적 문제를 희석시키는 논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개별 관계가 어떻든 간에, 그 경제 구조 전체가 빈곤과 불평등 위에 세워져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명심하자 22살 제시카는 어디서 어떻게 왜 어떠한 명분으로 지금 내 앞에 앉아서 웃고 있는지...




우리가 해야 할 질문


이 모든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나는 결론보다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중년 남성의 결핍이 진짜라면, 그 결핍을 메우는 방식이 

누군가의 취약한 처지를 이용하는 것이어야 하는가. 

그 방식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는가. 

그리고 소비하는 쪽은 자신이 어떤 구조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얼마나 의식하는가.


물론 불편한 질문이다. 그러나 불편하다는 이유로 외면하는 것은, 

제시카와 같은 사람들을 계속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드는 일이다.

이 편이 불편했다면, 그것이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이 시리즈를 읽는 이유 중 하나 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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